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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분석

카카오는 왜 이모티콘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을까?

카카오는 왜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을까? 

 

  지난 1월 카카오는 "이모티콘 플러스"라는 이모티콘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월 4,900원에 무제한으로 이모티콘을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톡서랍"도 함께 론칭했다. 990원짜리 크라우드 서비스이다. 두 아이템 모두 카카오 구독 모델의 야심찬 첫 출발이다. 카카오는 2020년 가전 제품 구독 서비스를 시작으로, 카카오가 보유한 콘텐츠와 상품을 토대로 구독 모델의 저변을 점차 확대할 것이라 발표한 바 있다. 

 

  실제로 카카오는 메세지 그 이상의 프로덕트로 기능하고 있다. "카카오톡 채널"로 묶인 탭에는 1) 콘텐츠(카카오TV, 뉴스, 브런치 등)와 2) 커머스(톡딜, 선물하기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이미 카카오가 플랫폼에 더해 콘텐츠와 상품 공급자 역할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카카오가 지금까지 "광고 수익"에 의존해 왔다면, 구독 모델을 통해서는 플랫폼이자 공급자로서 안정적인 수익과 서비스 충성고객 즉, Lock-in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모티콘이었을까? 

  구독 서비스의 가장 이점은 "선택에 대한 적은 부담감"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넓고 경험할 것도 많은데, 굳이 하나만 숙고하고 선택해 비싼 돈을 주고 구매해야 할까? 구독 서비스는 이같은 번거로운 고민의 과정을 없애준다. 그런 점에서 카카오 이모티콘은 그나마 구독의 이점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가령, 이모티콘을 "구매"해야 하는 유저들의 페인포인트를 생각해보면,

  • 이모티콘은 쉽게 질린다. 2천원의 작은 금액이지만 꽤나 고민하게 된다. 질릴 때마마다 사기에는 가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 이모티콘 수만 15만개이다. 또, 월 100개씩 업데이트 된다. 사고 싶은 건 많은데, 선택이 어렵다.
  • 이모티콘 작가 입장에서도, 인기 이모티콘이 아닌 경우는 기회를 얻기 쉽지 않다.  

 

이모티콘 플러스 사용 경험 

 

  그럼 카카오는 정말 위 문제들을 잘 해결해주고 있을까? 

 

  첫 번째로, 이모티콘 플러스 신청부터 해지 과정이 꽤나 번거로웠다. 지금까지 늘 결제의 편리함을 선사해준 카카오이기 때문에 조금은 의아했다. 우선 카카오 지갑을 신청해야 한다. 그리고 톡이 아닌, 메일을 통해서 구독을 신청해야 했는데, 아마 이 과정에서 "카카오 메일"로의 전환을 유도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미 카카오 메일 계정이 있던 터라, 정확히 확인할 수는 없지만..)   

 

  다만, 카카오가 "카카오 지갑"을 출시하면서, 이모티콘 플러스를 구독을 이끌고, 이모티콘 플러스를 구독하고 나면, "톡서랍" 체험을 이끌고 있어서 론칭 전략으로는 성공적이지 않나 싶다.    

 

 두 번째로, 내가 이모티콘을 좋아하는지 처음 깨닫게 되었다(나 이모티콘 좋아했네?!). 이모티콘을 내돈내산한 적이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에 몰랐는데, 마구잡이로 쓸 수 있어 이모티콘을 정말 많이 쓰는 날 발견했다. 쓸 때 마다 새로운 이모티콘이 넘쳐나니 질리지도 않았다.  

 

 

 

이모티콘 남발 중

 

 

 세 번째로, 키워드를 치면 자동으로 이모티콘이 뜨는 기능 덕에, 좀 더 쉽게 이모티콘을 쓸 수 있었다. 랜덤 이모티콘도 고민의 과정을 줄여 주었다. 하지만 쓰다보니 자동으로 뜨는 것이 신경쓰여서 "on/off" 기능이 있으면 어떨까 생각했다. 아직 서비스 초기 단계이니 나중에 추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키워드를 치면 이모티콘을 곧장 선택할 수 있다 (그림1)

 

  

  네 번째로, 매일매일, 시간대에 따라 이모티콘 첫줄에 상황에 맞는 이모티콘을 추천해준다. 가령, 비가 오던 날은 "비"와 "우산"과 관련된 이모티콘을, 점심 때는 "밥"과 관련된 이모티콘을 추천해 주었다. 처음에는 신기했는데, 솔직히...쓸모가 크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모티콘 필요는 "외부적인 상황"보다, "내부적인 대화 맥락"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더구다나, 이모티콘 첫줄의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어서 안 그래도 보기 답답했던 이모티콘 선택 영역이 더 제한적으로 느껴졌다. (영역 확장 기능도 나중에 추가되지 않을까 한다.)   

 

 

 

 

  마지막으로, 선택지는 많지만, 이모티콘 선택은 어렵다고 느껴졌다. 첫 키워드만 해도, 가로 4줄, 세로 19개이다. 키워드 선택부터 총 80개인 것이다. 게다가 하나의 키워드로 들어가면, 두 개의 키워드가 나오고, 더보기로 이모티콘이 무한대가 나온다. 결국에는 선택지에 압도되어서, 이모티콘을 직접 찾아 선택하는 방법으로 쓰지는 않았다. 혹은 쓰는 이모티콘만 쓰게 되었다. 

 

  이는 아직 선택 경험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거나, 대화에서 키워드를 쓰면서 자연스럽게 이모티콘을 선택하게 하는(그림1처럼) 이모티콘의 사용 습관 자체를 바꾸려는 목적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런식으로 이모티콘을 쓴 경험이 많지 않아 익숙치 않고 불편하게 느껴졌다. 

*며칠 더 사용한 결과...위 이모티콘 이용 방식이 익숙해졌다. 내가 치는 키워드에 맞게 이모티콘이 추천되니 곧장 사용했고, 점점 더 이모티콘 키워드를 서랍으로 들어가서 "선택"하지 않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일주일을 써본 결과, 월 4,900원을 낼 만큼의 페인포인트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무료로는 충분한 가치를 주지만 돈까지 낼만큼의 가치는 아니었다. 나는 무료 기간이 끝나면 이모티콘 구독을 해지할 것이다.   

 

  그 이유는 선택지가 아무리 많더라도, 결국은 쓰는 이모티콘만 쓴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모든 콘텐츠가 개인의 취향이 중요하겠지만, 이모티콘은 특히나 "개인 캐릭터"를 크게 반영하기 때문이다. (혹은 커플일 때만 쓰는 이모티콘이라든지..) 그러니, 내 취향이나 캐릭터성과 별개로 아무 이모티콘을 막 쓰는 재미는 월 4,900원 만치의 재미는 아니었다. 차라리 마음에 드는 몇 가지를 구매해서 마음껏 쓰는 일이 구독보다 더 "경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이모티콘에 돈을 한 번도 안 써본 사람이라 확신이 안 선다. 혹시라도 이모티콘 구독을 계속하는 사람이 있다면 왜 그런지 묻고 싶다..)  

 

구독 경제는 정말 비지니스 모델의 새로운 주류가 될까? 

  사실 카카오로서는 이모티콘 구독의 성공 여부가 크게 중요하지는 않을 것 같다. 구독 모델의 시작이라는 점이 더 중요할 것이다. 나 또한 이모티콘 그 자체보다도, 카카오가 구독 모델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개척할 지가 더 궁금증을 일으킨다. 코로나19라는 사태와 더불어, "공유 경제"가 지고, "구독 경제"가 대세라는 말들이 많다. 기존의 경제 모델 대안으로 등장했던 공유 경제가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채, 공급자와 수요자의 부담은 증가하고 플랫폼만 파워를 얻게 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구독은 기존의 음악 스트리밍이나 넷플릭스처럼 콘텐츠에 제한되는 것이 아닌, 자동차로, 식품으로, 세탁으로 일상생활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처럼 공유 경제의 한계와 구독 모델의 강력함이 맞물리면서, 그 흐름은 더 세지고 있는 것 같다. 네이버는 멤버쉽, 쿠팡은 생필품 구독을, 거대 IT 기업들도 구독 모델을 공격적으로 내놓고 있다. 하지만 사업적 가치를 떠나서, 정말 넷플릭스의 콘텐츠와, 소모재인 간식의 구독을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있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결국에는 구독이 아닌 소유일 때, 고객들이 경험하는 페인포인트가 무엇이고, 그 임팩트가 얼마나 큰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과연 구독은 어디까지 가능하고 확장할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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