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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의 일/고객

고객이 가진 문제점과 원하는 해결 방법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고객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과정과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이 유사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연구 경험을 통해 느꼈던 점을 연결 지어 고민해 보았다. 내가 생각하기에 누군가의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데 있어서 핵심은 1) 내 관점을 내려놓고 상대방의 눈과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노력과 2) 동시에 재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닐까 싶다.

  그 예로, 여성 경력 단절과 관련해서 맡았던 프로젝트를 들고 싶다. 나는 프로젝트에서 (2년제) 대졸 이상의 중년 여성들의 인터뷰를 맡았다. 하지만 인터뷰에서 내가 직접 들은 대답은, 직장을 그만둔 이유가 본인들의 선택이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처음에 이 대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너무 혼란스러웠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경력 단절이 문제가 될 수 없기 때문이고, 그럼 프로젝트의 의미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자 내가 원하는 대답을 듣기 위해서 계속 유도 질문을 하게 되었고, 그럴수록 소득 없는 질문과 대답만 계속되었다.

 

  이후 교수님한테 고민을 털어 놓자, 왜 꼭 경력 단절이 본인 선택이면 안 되냐는 질문을 던지셨다. 나는 대답하지 못했고, 그제서야 “여성의 경력 단절”은 문제이며, 그렇기에 자의가 아닌 타의라고 가정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이후 내가 가진 여러 전제들을 내려 놓고, 인터뷰이들의 대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 사람들이 당시 중산층에 속한 그룹임이 눈에 띄었다. 자신들과 당시 맞벌이 여성을 계속해서 비교했기 때문이다. 당시 중산층 여성에게 바람직하다고 기대되는 역할은 돈 버는 여성이 아니라, 아이를 돌보고 가정을 꾸리는 역할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나는 경력 단절이 단순히 여성이 일을 할 수 없게끔 하는 회사의 조직문화에서 비롯된 문제일 뿐만 아니라, 여성의 역할을 규정하는 사회문화적 요인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도출할 수 있었다.    

 

  나에게는 이 경험이 1) 내 관점이 아닌 중년층 여성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2)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재해석하여 문제를 파악했던 과정이었다. 물론 고객은 몇 명 정해진 그룹을 만나는 것과는 다른 일일 것이지만, 이들이 가진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책을 찾는 과정도 이와 유사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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