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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분석

유저 스토리 매핑: 챌린저스

  원래는 카카오 프로젝트100을 해 보고 싶었는데, 시즌별로 참여자를 받아서 당장 직접 사용해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비슷한 서비스인 챌린저스를 선택했다. 이런 종류의 인증? 도전? 프로덕트가 있는 걸 몰랐던 나는 얘네를 접했을 때 진짜로 천재같다고 생각했다! 코로나 시기랑 겹쳐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거일 수도 있겠지만, 상호간의 온라인 인증은 대면으로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느슨하게 연결해주면서도, 시간을 잘 보내고, 잘 활용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욕구를 잘 반영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학원을 다닐 당시 내가 가장 먼저 포기했던 건 나를 위하는 시간이었다. 공부라는 건 실력이 느는 게 눈에 보이지도 않고, 얼만큼 해야 된다고 정해진 것도 없다. 그게 의미하는 바는, 공부하는 시간을 우선수위로 놓고 나머지 시간은 뒷순위로 미루기에 아주 쉽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밥도 제대로 안먹고, 잠도 못자고, 몸을 괴롭히면서 공부했는데, 그때는 그게 눈에 보이지 않는 공부 총량에 대한 내 불안을 없애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근데 이걸 2년 이상 하니까 (당연히) 여러가지로 건강이 나빠졌고, 졸업할 때가 되어서야 최소한의 나를 돌보고 지킬 수 있는 일과 시간을 꼭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졸업 후 가장 당황했던 건 시간이 너무너무 넘쳐난다는 사실이었다. 그 넘쳐나는 시간 동안 내가 대체 뭘 해야할 지 몰랐다. 나는 평생을 통틀어서 학교라는 곳에 속해 있었고, 학교는 나한테 최소한의 시간표를 부여했다. 그리고 그 시간표를 함께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소속이 사라진 나는 아, 백수(?)라는 건 혼자서 일상을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거구나,라고 깨달았다. 그리고 당시는 인생에서 하고 싶은 일도 이루고 싶은 목표도 불확실해진 상태였기 때문에, 스스로 뭘 해야 할 지 더 몰랐다. 그래서 논문을 쓰면서 적어뒀던 "논문 끝나고 하고 싶은 일"을 다시 꺼내봤는데, 제주도 여행, 뉴욕 사는 친구 보러가기, 마사지 배우기(당시 엄마 오십견 걸려서), 베트남어 배우기, 시 배우기, 요리 배우기, PT 받기 등등, 사실상 논문 빼고 다- 였다ㅋㅋㅋ.

 

  그래서 하나씩 마스터 해야 겠다고 다짐했지만 문제는 천성이 게으른 나는^^ 남아 도는 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 하면서 보냈다. 처음 며칠은 기상시간, 밥 시간, 운동 시간, 취침 시간 등의 계획을 세워도 잘 지켰지만, 삼일 이상 지키기도 어려웠고, 들쑥날쑥 지키는 계획 때문에 습관이 들지도 않았다. 혼자 하려니 의욕도 사라지고 흐지부지 되고 그랬다. 혼자서는 안 하게 되니까, 친구가 속한 모임이라도 나가려고 했지만, 코로나가 터지면서 이것도 여의치 않게 되었다.  

 

  바쁠 때도 스스로에게 소중한 일과 시간을 지키기 어렵지만, 바쁘지 않더라도 그걸 지키는 일은 어렵다고 느꼈다. 사람들마다 하루하루 나름의 지키고 싶은 일상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게 자연스럽게 지켜지지는 않는다. 물 마시기처럼 사소해서 까먹어서일 수도 있고, 바빠져서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일 수도 있고, 뭔가를 지키기에 체력적/정신적으로 힘이 없을 수도 있고, 정말로 의지가 부족해서, 귀찮아서일 수도 있다. 어찌되었든 일상이란 건 오히려 에너지와 주의력과 시간을 들여서 지켜야 할 때가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서비스가 단순히 강제성을 부여해서 지키게 한다는 개념의 차원이 아니라, 내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일과 일상을 지켜주는 개념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물론 분석 "전" 내 느낌이었다. 실제 프로덕트를 사용하고 분석하고 나니 내 생각이랑 달랐던 점도 많았다. 나는 애초에 나를 위한 일상과 시간을 지키자!라는 개념으로 접근했는데, 챌린저스는 자기계발 용도에 가까운 의도(굳이 구분이 안 되기도 하지만)로 만들어진 프로덕트이기도 하고, 또, 서로의 습관을 돕는다는 커뮤니티 기능은 매우 미약했고, -사실 서로의 감시(?)에 가까웠고- 인증을 위한 인증이 되는 경우도 빈번했다(이래서 고객의 문제 정의가 중요한가보다^^..). 그래도 프로덕트의 기본 원리는 여전히 참신하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5일째 새벽 6시에 깨서 운동을 하고 있기도 하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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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r story mapping

 

miro.com

 

  유저 스토리 매핑을 하면서 느꼈던 건 프로덕트도 논리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매핑을 할 때 가장 신경썼던 부분이자 어려웠던 부분도 프로덕트를 하나의 이야기로 생각했을 때, 어떤 맥락에서 유저가 이 기능을 쓰게 될 지였다. 단순히 기능을 분절해 고민하면, 회원가입은 이런 기능, 인증은 이런 기능, 이런식으로 딱딱 떨어지는데, 이 맥락에서 왜 이런 기능이 있어야 하는지를 고민하니, 이해하기 어려운 점도 많았다. 특히, 스토리 별로 정리해서 보니, 챌린저스는 특정 기능에 더 적합한 내용이 다른 기능에 포함되어 있거나, 같은 내용이 기준 없이 여러 기능에서 반복될 때가 있었다.

 

  가령, 인증기능은 탭으로 따로 분리되어 있는데, 이 탭에서는 내가 오늘 인증한/할 챌린지 리스트만 확인이 가능하고, 지금까지 내가 달성하고 성공한 습관 통계 등은 마이페이지로 따로 넘어가야 한다. 하지만 내가 어떤 습관들을 지켰는지, 어떤 기록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건 인증 탭이 더 적합하다고 느껴졌다. 내가 얼마나 해왔는지를 확인해야, 지금까지 한 게 있으니 더 열심히 해야겠군!이라는 생각이 들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인증 탭은 인증 기능을 충실히 구현하지만, 매일의 인증과 기록을 보며 성취감을 쌓고, 좀 더 추진력을 얻는다는 스토리는 구현하지 못한다고 느꼈다. (또, 마이페이지의 "기상 6am 샤워인증 챌린지" 기능은 인증 탭에서도 따로 들어갈 수 있기에 중복된다.) 이처럼 "유저스토리 매핑"을 통해 프로덕트가 기능의 조합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고객 가치를 주어야 한다는 점을 직접 느껴볼 수 있었다.        

 

 

인증 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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