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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분석

클래스101은 PMF를 달성했을까?

1. 클래스 101은 고객의 문제를 기존과 다르게 어떻게 새롭게 정의하고 있을까? 

 

  “그거 해서 뭐 먹고 살래?”. 돈이 안 되는 일을 한다고(a.k.a 사회학 대학원 같은 거^^) 선언하면, 가장 숱하게 들을 말이다. 하지만 클래스101은 그거 해도 잘 먹고 잘 살게 해준다고 말한다. 즉, 클원은 단순히 취미를 연결해주는 일을 넘어, "좋아하는 일"과 “돈(이자 안정적인 삶)”,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만 하는 환경이 문제라고 새롭게 정의한다. 따라서 "모두가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도록"이라는 비전 아래, 크리에이터들에게는 클래스101이 "연금"이 되기를 바라고, 수강생에게는 아직 늦지 않았으니 좋아하는 일을 함께 시작해보자고 말한다. 한 마디로 클래스101은 좋아하는 일과 (돈 버는) 삶이 함께 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2.  클래스101은 기존에 존재하던 해결방식을 새로운 기술과 방식을 통해서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그렇다면 사람들은 기존에 좋아하는 일과 안정적인 삶의 양자택일을 어떻게 해결해왔을까? 크리에이터의 경우, 삶과 좋아하는 일을 분리함으로써 해결해오지 않았을까. 좋아하는 일이 전업이더라도, 충분한 수입이 없다면 생계를 위한 노동을 병행해야만 한다. 혹은 다른 생업이 있는 상태로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수업을 개설해 수입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이 경우에도 매번 수업을 뛰어야 하는 시간적 한계가 있다.    

 

  하지만 클래스101은 “안정적인 수입”으로 이들의 문제를 해결해준다. 온라인/영상을 통해 시간적 한계를 극복해주기 때문이다. 한 번 찍어 둔 영상은 한 번이 아니라, 재생될 때마다 언제든 수익을 창출한다. “안정적인 수입” 개념이 가능한 이유이다. 특히 클래스 101은 영상 편집뿐 아니라,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사람들이 좋아할 방향으로 강의를 컨설팅 해준다. 덕분에 크리에이터들이 영상 편집과 수업 콘텐츠에 대한 부담을 상대적으로 내려놓고 쉽게 시작할 수 있다.

 

  반면, 수강생의 경우, 기존에는 좋아하는 일을 찾고, 하고 싶은 일을 마음먹는 것조차 어려웠다. 취미와 좋아하는 일의 영역에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도 많고, 설사 있다고 해도, 괜찮은 강사는 어디에 있는지, 준비물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혼자 모든 것을 시작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클래스101은 취미 큐레이션 서비스 역할을 해줌으로써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시작할 허들을 낮춰준다. 사람들이 어떤 수업을 좋아할 지 미리 수요 조사를 하고, 상세한 커리큘럼을 제공하고, 필요한 준비물 키트까지 배송해준다. 한 마디로, 클원은 취미에 필요한 모든 것을 알아서 해준다. 특히 온라인 수업이기 때문에 귀찮게 나갈 필요 없이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고, 자신의 수준과 진도에 맞게 반복해서 시청하는 일도 가능하다. 또한, 각 클래스마다 제공되는 커뮤니티 기능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질문, 댓글을 모두 확인하며 함께 한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다.

 

3. 클래스101은 고객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충분한 고객가치를 만들어내고 있을까?

 

  나는 클래스101이 고객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고객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클래스101 대표의 인터뷰 영상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 중 하나는 크리에이터들에게 “문안 인사”처럼, 아날로그적으로 대한다는 멘트였다. 크리에이터들을 성공의 수단으로 여기지 않고,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는 거기서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고객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 크리에이터들은 클래스101을 통해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말 그대로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도록”이라는 가치가 실현되는 순간이다. (클래스 101 크레이터들의 첫 달 평균 수익은 600만원 이상이며, 2020년 기준 전체 크리에이터 누적 정산액이 약 18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고 한다.)

 

 

 

 

 

 

명절 & 친척 조합..

 

 

 

"버텨오길" 잘했다! 

 

 

  수강생 또한 클래스101을 통해 어떤 일을 사랑하게 되고, 그 일에 빠져 삶을 좀 더 충만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취미 서비스와 달리 클래스101은 경험과 체험, 지속성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클래스101의 목표는 한 번의 일회성 수업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꾸준히 나만의 일을 시도하고 내 손으로 직접 결과물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 덕분에 클래스101은 콘텐츠가 오롯이 나의 것이 되는 고객 경험과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클원의 가격이 비싸고, 기대에 못 미친다는 후기도 많다.)

 

4.  이 문제를 가지고 있고, 이 해결책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고객이 얼마나 많을까?

 

  나는 클래스101의 고객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일과 일상에 대한 개념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터의 문제는 좋아하는 일은 하고 싶지만, 금전은 포기해야 하는 경우다. 이때 해결책은 자신의 재능을 살려 수업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좀 더 안정적으로 수입을 얻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사람들의 수가 점점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 이유는 하나의 일자리 개념이 점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고, 부수적 재능으로 부수입을 얻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클래스101 강사가 꼭 시니어나 완벽한 전문가도 아니고, 수강생이 전부 고급 수준인 것도 아니다. 다만 강사의 재능의 종류와 수준에서 도움이 필요한 수강생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콘텐츠를 제공하기만 하면 된다. “크리에이터”의 위치가 그런 것이라면, 조금이라도 재능이 있고 좋아하는 일이 있는 사람들은 크리에이터가 되고자 하지 않을까.

 

  반면, 수강생 입장에서 문제는 좋아하는 일을 찾고, 지속하는 것의 어려움이다. 해결책은 좋아하는 일에 좀 더 쉽고 편하게 접근하도록 하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고객의 수 또한 증가할 것이라 예상한다. 52시간제 도입과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확대 등으로 인해 사람들이 비로소 일하는 시간이 아닌 일상의 시간을 어떻게 의미있게 채울지 고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일상이라는 시간이 그냥 흘려보내는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일상이 에너지를 들여서 무언가를 해야 하는 시간이 된 것 같다. 콘텐츠 서비스들이 사람들의 시간을 두고 경쟁한다는 말처럼, 클래스101도 이 연장선상에 있지 않나 싶다.

 

5. 많은 사람들에게도 비용과 품질의 큰 변화 없이 제공될 수 있을까? 

 

  클원을 듣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비용 자체는 저렴해질 것 같다. 다만 수업의 품질이 유지될 수 있을 지는 잘 모르겠다. 클래스101은 크리에이터와의 네트워킹을 중요시한다고 한다고 한다. 나는 이 말이 크리에이터와의 신뢰와 소통, 관계가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데 필수적이라는 뜻으로 읽혔다. 하지만 지금은 500개가 넘는 수업이 열리고 있고, 그만큼 크리에이터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 그런 상황이라면, 클원과 크리에이터의 관계가 이전처럼 긴밀하기도, 수업 퀄리티를 하나하나 신경쓰기 어렵지 않을까? (이와 관련해서 클원이 어떤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또한, 고객 수가 많아지면, 유저들이 얻을 수 있는 가치가 똑같이 유지되기 어려울 것 같다. 클원 수업은 수강 인원 제한이 없지만, 커뮤니티 기능은 있다. 만약 수강생이 무한히 늘면, 수강생은 크리에이터와 어떻게 소통을 할 수 있는 걸까? 수업에서 궁금한 것을 물어봤는데 아무런 답이나 관심이 없으면 별로일 것 같다. (키트나 추가 준비물이 재고가 없다는 댓글도 종종 보인다.)

 

6. 이것들을 해내는 데 있어서 다른 경쟁자들이 카피할 수 없는 차별적인 경쟁우위가 있을까?

 

  클원만의 경쟁우위는 없는 것 같다. 아직까지 클래스101과 완벽히 일치하는 취미 플랫폼도 없지만 그렇다고 못 따라할 것도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어떤 크리에이터를 얼마나 많이 섭외할 수 있느냐로 경쟁의 우열이 판가름 되지 않을까...

 

  클래스101과 다른 취미 서비스와 가장 큰 차이점은 1) 수요를 예측한 온라인 영상 수업이고, 2) 지속성(12-20주)이 있는 수업이며, 3) 유저가 직접 참여하는 경험 기반의 수업(취미 키트를 보내줌)이라는 점이다. 탈잉, 플립, 트레바리, 하비박스 등 수많은 취미 서비스가 있지만 저 세 가지 특징을 모두 충족하는 서비스는 없다. 하지만 문제 정의가 달라서 따라하지 않을 뿐이지, 카피 자체는 어렵지 않을 것 같다. Wonderwall이라는 서비스도 클원의 시그니쳐 클래스와 유사하다. 음악, 연기, 디자인, 요리 등 예술 분야에서 하정우, 선우정아처럼 누구나 알 만한 유명 강사들이 온라인을 통해 작업 과정을 공개하고 알려준다.

 

7. 마지막으로 위의 것들을 실제로 해낼 수 있는 인원들로 팀이 구성되어 있을까?

 

  성장에 미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 같아서 클원이 원하는 바를 어느 정도 해낼 수는 있을 것 같다. 클래스101 대표는 비즈니스 모델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그것을 함께 할 팀이 중요하다고 언급한다. 좋은 팀이 PMF를 만날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조직원들이 확장되는 과정에서 자신의 팀을 “착하고 똑똑하고 야망 있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근데 착똑야의 정의가 일에 미친 사람처럼 느껴지는 건…).

 

  실제 클원은 빠른 성장을 추구하고, 또 실현중인 팀이다. 조직 문화 자체가 성장과 몰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포괄임금제 폐지, 반말, 사무실 근처 숙소(…), 심지어 심리 상담 지원까지 꽤나 쇼킹한 조건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 모든 조건이 삶의 중심을 일로 두고, “많이” “빨리” “효율적”으로 일하고 있다는 뜻으로 보였다. 그 외에도 카테고리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고, 해외 진출까지 진행 중인만큼 엄청나게 많고 다양한 직군을 채용 중이기도 하다. 그 정도로 성장 driven되어 있는 팀이라면 어떻게든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정리하자면, 클래스 101은 PMF를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고객의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해결해 주고 있으며, 시장을 창출한 것으로 모자라 시장이 성장과 확장(커리어, 시그니처, 해외 시장 등)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언제든 비슷한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는 점, 콘텐츠의 품질과 가격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 팀의 빠른 성장이 얼마나 지속가능한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 클래스101이 취미와 여가 시장의 리드로 발돋움할 지를 판가름 하는 변수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