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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분석

배달의 민족은 어쩌다 민족의 배신자로 찍혔을까

 

  배달의 민족은 2010년 음식점 책자를 대신하여 음식점 번호를 모아놓고 연결해주는 플랫폼 회사로 시작했다. 이후 음식점에 직접 주문을 할 수 있는 배달 중개 서비스로 발전하여,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2018년 3조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다음해 2019년에는 딜리버리 히어로와 인수합병을 통해 배달 시장의 98%를 점유했다. 이처럼 아름다운 J 커브도 그리고 있고, 유니콘 반열에도 오르고, 5조에 가까운 금액으로 매각되어 압도적 시장점유율도 차지했으니 배달의 민족이 PMF를 달성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배민이 어떻게 PMF를 달성할 수 있었는지를 되돌아보고, 동시에 배민이 현재 직면한 문제를 분석하며 어떻게 PMF가 끊임없이 진동하는 지 살펴보고자 한다.      

 

 

 

 

출처: https://1boon.kakao.com/cidermics/1993

 

누구의 문제를 해결했나?

 

  배달의 민족 고객은 두 부류로 나뉜다. 배달을 시키는 사람과 주문을 받는 점주이다. 배민은 음식점 정보를 한번에 쉽게 찾을 수 없는 사용자의 문제와, 곧바로 버려지는 전단지에 광고비를 쓸 수밖에 없었던 점주들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이에 배민 플랫폼이 활성화되며 2012년 바로결제 서비스를 도입, 배민을 통해 음식점에 직접 주문 및 결제를 할 수 있는 중개 서비스로 비지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출처:

https://www.woowahan.com/#/company/history

 

 

Product Market Fit?

 

  한국은 자영업의 나라이다. IMF 이후 많은 사람들이 퇴직금으로 자영업에 뛰어들면서, 요식업경쟁은 점점 심화되어 왔다. 이러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들은 마땅한 홍보와 광고 수단이 없었고, 따라서 배민은 이들에게 매력적인 광고 플랫폼이 될 수 있었다. 이에 배민은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배달산업을 발전시키자"는 비전을 갖게 된다.

 

  동시에 배달의 민족은 배달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행복한 시간”으로, 배달 음식을 시키는 주 고객층을 “팀의 막내,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20-30대”로 정의한다. 그리고 이 고객층들이 “전화”를 통해 배달하는 일을 생각보다 불편해한다는 점도 알게 된다.

 

 배달 시장이 점주와 고객, 모두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좋은 시장이었다는 의미이다. 

 

  또한, 주 고객층에 대한 정의가 무엇보다 유효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배민의 브랜딩과 마케팅 방향을 결정지었기 때문이다. 배달의 민족은 경쟁이 치열한 배달 시장에서 치고 나가고자, 마케팅에 과감한 투자를 감행했다. 특히, 주 고객층에게 소구될 수 있는 B급 정서를 적극적 활용하여,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광고 시리즈, “치믈리에”, “배민 신춘문예” 등을 히트치며, “배민다움”과 배민 팬클럽까지 만들어낸다. 덕분에 마케팅 비용이 높은 시기를 지나 2016년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하여 시장 점유율 50%에 도달하게 된다.   

 

 

 

 

 

  또한 배민은 2015년을 계기로 서비스 방향에 큰 변화를 주었는데, 배민 라이더스 출시와 수수료 0% 선언이 그것이다. 배민에게 배민 라이더스는 배달시장의 확장이라는 커다란 변화였다. 기존의 배달 위주 음식뿐만 아니라, 홀 위주의 맛집도 배달이 가능하다는 인식의 전환을 이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배민의 비전이 또 한번 바뀌게 된다.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이다.

 

  수수료 0% 선언도 놀라운 결정이었다. 당시 이 결정으로 30% 이익 감소를 경험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배민 창업자는 배민에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있지만, 당시에는 자영업자들이 받을 수 있는 가치가 훼손되었기 때문에 그러한 결정을 내린 것이라 설명한다. 대신 아래 이미지처럼 광고를 중심으로 수익 모델을 새롭게 개선한다. 배달 어플을 통해 주문하면 자영업자에 오히려 손해라며 "전화"로 직접 주문하자던 유저들도 이 결정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며, 배민은 또한번 "팬”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고 승승장구하게 된다. 이때의 영업 손해는 엄청난 사용자 수의 증가로 메꿔졌다고 한다.

 

 

 

 

출처: https://brunch.co.kr/@businessinsight/56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e4lctv5VFuQ&t=596s

https://brunch.co.kr/@platum/49

 

요동 치는 Fit..

 

  그러나 문제는 배달 시장이 출혈 경쟁으로 치닫고 있었다는 점이다. 배민은 5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음에도, 요기요, 배달통 등 다른 업체와 끊임없는 경쟁 상황에 놓이게 된다. 실제 배달의민족은 2019년 쿠폰 발행 등 이벤트를 벌이며, 2018년 91억원이던 판매촉진비를 966억원으로 10배 이상 늘렸다.

 

 

 

 

 

출처: https://www.thebell.co.kr/free/content/ArticleView.asp?key=202003240919112960108896&lcode=00

 

 

  결국 배달의 민족은 딜리버리 히어로에 인수되는 결정을 내린다. 문제는 이유가 어찌 되었든 이같은 결정이 소위 배민의 팬들을 뒤돌게 했다는 점이다. 특히나 배민은 한국의 유니콘 기업이라는 상징성이 큰 기업이었기에 독일 기업에 인수합병되었다는 사실 자체에 거부감을 보이는 반응이 컸다. 우리가 “게르만 민족”이냐는 말부터, MZ로부터 열광을 받았던 배민의 마케팅이 이제는 위트있는 척하지 말고, 쿨한척하지 좀 말라는 비아냥까지 듣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배민은 이미 배달비 인상의 주범이라는 혐의와 독점에 대한 우려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이에 시장 점유율 98%를 차지한다는 사실이 고객의 의심에 불을 지핀 것이다. 그리고 정말 파국이 벌어진다.

  인수 합병 당시 가격 정책에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말과 달리, 배민은 2020년 4월 광고비 시스템에서 수수료 시스템으로 돌아왔다. 원래 배민은 ‘울트라콜’이라는 광고비에서 수익을 얻는 정액제 시스템을 따르고 있었다. 하지만, 울트라콜을 대량으로 구매하여 노출을 독점하는 점주들이 생기자, 배민은 울트라콜을 3회로 제한하되, 줄어든 수익을 중개 수수료(5.8%)로 돌리는 정률제로 회귀한 것이다. 이에 배민은 소상공인 연합회 등으로부터 엄청난 비난의 화살을 맞게 된다. 

 

 

 

  그러나 사실 배민의 이러한 결정이 무조건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2015년도 점주의 문제에 공감하여 수수료에서 광고비로 수익 구조를 바꾼 것처럼, 이번에는 광고 독점 음식점 때문에 동일한 음식점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유저의 가치를 위해 정책을 바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이밍이 너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인수합병 된지 얼마되지 않아 의심이 커져가던 상황이었고, 심지어 코로나로 자영업자의 고통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들이 배민을 불매하겠다는 해쉬태그를 달기 시작하고, 이재명 아저씨도 한 마디 거들면서 논란이 파국이 되어 배달의 민족은 사과문까지 발표하게 되었다. 

 

 

 

 

 

 

 

 

 

 

  사실 배민의 팬이 많이 남아있었다면, 수수료 정책이 그렇게까지 욕을 먹지는 않았을 것 같다. 요기요는 수수료가 12%인데 배민은 역시 5.8%밖에 안 된다면서 칭찬하지 않았을까? 뭐 이러나 저러나 배민은 여전히 한국 내 압도적 1등이고, 다른 사업까지 쭉쭉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배민 사례를 보며 돈도 팬도 성장도 다 가진 것 같아도, 정말 여러 변수와 상황에 따라 고객 가치와 경험이 계속해서 요동친다는 점, 따라서 계속해서 PMF를 찾아야 한다는 점은 어려운 숙제 같다고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