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M의 일

함께 일하는 건 왜 어려울까?

   현재 나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다양한 자연어/텍스트 콘텐츠를 만드는 팀의 콘텐츠 기획자 역할을 맡고 있다. 팀의 첫 프로젝트는 인공지능으로 MBTI 유형별 가사 만들기, 나는 서비스의 컨셉과 시나리오를 기획을 담당한다. 팀 구성이 꽤나 다양하지만, 나는 주로 인공지능 모델팀, 프론트엔드팀,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와 소통을 하는 편이다. 그리고 챠가운 개발자, 바쁜 디자이너, 해맑은 팀대표와 함께 일하며, 어려운 점도 많고, 혼자 삽질한 적도 많다(현재진행형..ing..).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경험을 꼽아 구체적으로 작성해 보았다.

 

  처음부터 모델 개발팀과 서비스 결과물을 조정하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 일단 팀 대표는 인공지능 덕후였다. 직접 개발/적용한 모델이 너무나도 신기하고 재미있기 때문에 이를 일반 사람들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솔직히..사람들이 인공지능 가사를 그다지 신기해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유저가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역할이다.

 

  때문에 여기서 의견이 계속 부딪혔다. 나는 MBTI가 유행했던 이유는 결과가 드라마틱하게 신기해서가 아니라 를 설명해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가사 전문을 보여주면 텍스트 양이 많아 유저들이 오히려 흥미를 잃을 것이라 여겼다. 그렇기에 랜딩 화면에서 핵심 가사를 2~3줄로 줄이고, 가사 외에 를 보여주는 설명이나 캐릭터, 음악 추천 등 다른 흥미 포인트를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내 이야기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렇게 1차로 구현된 서비스를 여러 지인들에게 시켜보았고, 참담한 반응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대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개고생해서 만든 가사 우리만 좋고 끝날 수도 있다고 협박아닌 협박을 하였다. (그렇게 해야 들어줄 것 같았다..) 덕분에 좀 더 솔직하게 모델팀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내 잘못이 많았다는 사실을 배웠다. 나는 우리의 서비스를 인공지능 가사가 아닌 “MBTI”로 방점을 찍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유저도 중요하고 재미도 중요하지만, 어쨌든 우리의 핵심 서비스 주축은 모델팀에서 만든 가사이다. 나는 이걸 존중하는 마음이 없었던 것 같다. 나 같아도 본인들이 만든 결과물을 싹 다 무시하는 사람의 말은 안 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내가 억울한 점도 있었다. 내가 무조건 모델팀을 답답해한 것이 아니라, 비록 내가 이 팀에 마지막으로 합류했을지언정, 지금까지 팀이 고생해서 만든 것들을 사람들이 더 좋아했으면 하고 바란 거고, 그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좀 더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고(맞겠지.?..), 서로 타협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적절한 해결 방안을 함께 만들어 갈 수 있었다. 이 경험을 통해 우리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가지만, 각자의 목표도 있다는 점을 배웠고, 각자의 목표를 존중할 때 좀 더 수월하게 공동의 목표에 다가갈 수 있음을 깨달은 것 같다. 

'PM의 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애자일과 워터폴  (0) 2020.10.07
Product Market fit  (0) 2020.09.18
W2 전략과 고객  (0) 2020.09.15
나는 왜 PM이 되고 싶을까  (0) 2020.09.07
프로덕트 매니저가 하는 일  (0) 2020.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