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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의 일

나는 왜 PM이 되고 싶을까

  “권위(authority)”라는 단어는 저자(author)”에서 파생된 말이라고 한다. 저자가 된다는 건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관점을 녹여내는 일이다. 그렇기에 권한과 권위를 가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나는 프로덕트를 만드는 일이 논문을 쓰는 일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논문을 쓰는 건 끔찍하게 힘든 과정이지만 그래도 짜릿한 점이 있다. 내가 지도교수보다 덜 똑똑할 수는 있어도 내 논문을 가장 많이 고민한 사람은 지도교수가 아니라 나라는 점, 그래서 나보다 내 논문을 더 잘, 많이 아는 사람은 없다는 점이다. 물론 혹독한 peer review도 내가 책임져야 할 일이지만^^.

  실제로 PMBM은 공통점도 많지만, 가장 큰 차이는 PM이 프로덕트를 설계하고 만드는 과정에 참여한다는 점이다. 물론 인터뷰에 따르면, PM이 권한보다는 설득할 때가 더 많고, “어 이런 것도 내가 하는구나라고 할 정도로 자잘한 일을 할 때도 많다고는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장 큰 보람은 프로덕트에 대한 오너십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찾고 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자로서 PM이 소환되는 건..ㅠㅠ)

 

  나는 내가 못한 생각을 다른 사람은 하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그래서 막연히 가장 먼저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만드는 학자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게 사회학/인류학 한정인 줄 알았다. 하지만 연구원에서 인공지능 관련 프로젝트를 하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지식을 알아 가는 일도 즐거웠다. 이때 처음으로 꼭 사회학이 아니더라도, 나는 새로운 지식을 접하고 익히는 일 자체를 좋아한고, 계속해서 뭔가를 배우고 싶어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PM도 학습 능력이 중요하다고 한다. 모든 지식을 다 알고 있을 수는 없기에 그때 그때 필요한 지식을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PM이라는 직무가 나에게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나는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는 것이 좋다. 논문도 대부분 프로젝트 단위로 굴러간다. 정해진 기간에 집중해서 일을 끝내고, 이후에 쉬는 것이 좋다. 물론 현실은 프로젝트가 여러 개로 굴러 가서 큰 의미가 없긴 하지만..

 

  하지만 논문과 프로덕트를 만드는 일에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 논문은 데이터 수집부터 분석, 작성까지 혼자서 모든 것을 하지만, 프로덕트는 그럴 수 없다는 점이다. 프로덕트를 만드는 건 기본적으로 함께 하는 일일 수밖에 없다. 물론 논문도 공동 저자 시스템이 있고,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이 필수일 때도 많지만, 본질적으로 개념이 다르다. 논문은 협업이라도 독립사건에 가까운 반면, 프로덕트를 만드는 건 종속사건 같다고 느꼈다. 논문은 어느 파트가 좀 비어도 내 파트를 잘 쓰면 그만이다. 근데 프로덕트는 어디 하나 빵꾸가 나면 와르르 무너지는 것 같다.

  그리고 고백하자면 사실 나는 협업에 특화된 사람은 아니다. 조모임을 할 때도 답답하면 혼자 하는 편이었고,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이슈가 터질 때마다 내가 다 처리해버리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서 답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부족하고 빵꾸난 부분을 함께 서로 채워 나가는 과정이 또 다른 뿌듯함일 수 있다고 깨닫는 중이다. 그래서 앞으로 효율적이고 좋은 소통과 협업이 무엇인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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