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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프로덕트

디스코드(Discord)의 UX writing

 

  "말로 천냥빚을 갚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말만 잘해도,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나는 좋은 UX writing란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서비스 이용에 조금 불편이 있더라도 유저가 끝까지 헤쳐나가게 하는 것, 좋은 것을 더 좋게 만드는 것, 유저에게 건내는 프로덕트의 말이자 '글쓰기(writing)'이다.

 

   이미지가 중요한 시대라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글을 경유하여 프로덕트를 사용한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이 쌓여, 프로덕트와 브랜드에 대한 총체적인 경험이 된다. 그런 점에서 UX writing은 브랜드의 비전과 미션과 맞닿아 있어야 한다. 

 

  친구들과 어몽어스를 하다 알게 된 "디스코드(Discord)"는 그 자체로도 흥미로운 프로덕트였지만, UX writing이 특히나 눈에 띄었다. 이에 좋은 UX writing 사례로 탐구해보았다. 디스코드는 어떻게 말로 천냥 빚을 갚고 있을까? 

 

 

디스코드(Discord)

 

  • 디스코드는 온라인 음성-채팅 어플이다. 게임과 동시 진행이 가능한 '속도'와 '음질'을 기반으로 게임용 음성 메신저로 시작되었다. (지금은 화상 기능도 도입했다.)
  • 음성을 제외한 디스코드의 주 기능 중 하나는 "서버"이다. 서버는 "공통된 주제"를 중심으로 소통 가능한 공간이다. 원하는 주제로 서버를 열면, 친구들을 초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나눌 수 있다. 가령, 나는 친구들끼리 플레이하는 어몽어스 서버와, 공개 어몽어스 서버에 참여 중이다. 나에게 공통된 주제는 어몽어스인 셈이다.   

 

서버 예시

 

 

  • 특이한 점은 디스코드의 기본 기능 대부분이 무료라는 점이다. 어린 게이머가 주 타겟 고객인 것도 있지만, "쉬운 소통"을 내세운다는 점에서 음성이나 서버처럼 소통 기능에 제한을 두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신, Discord Nitro라는 구독제 모델을 도입(월 $9.99, 년 $99.99) 돈을 지불하면 프로필을 꾸미고, 대용량 파일을 업로는 하는 일 등을 할 수 있다 그 외 이모티콘 단품 구매나, 선물하기도 가능하다. 
  • 그리고 현재 디스코드는 게임용 음성 메신져를 넘어 소셜미디어를 지향한다. "소통""유대감"이라는 가치를 핵심으로, 다양한 공통의 취미와 관심사 기반의 플랫폼이 되어가는 것이다. 실제로 디스코드는 스스로를 "말이 통하는 나만의 공간""커뮤니티와 친구들이 쉽게 참여해 즐길 수 있는 친밀한 공간"으로 정의하고 있다.

 

   

UX Writing

 

1. 친근하고 유머러스한 보이스앤 톤

 

  디스코드는 시종일관 친근하고 유머러스한 보이스앤 톤을 유지한다. 물론 무조건 "친근하고 재미있어서" 좋은 UX writing은 아닐 것이다. 다만, 디스코드는 "유대감", "소통", "공감" 등을 프로덕트의 핵심 가치로 내세우고 있고, 특히나 상대적으로 어린 고객을 주 타겟으로 하기에, 더욱 좋은 글쓰기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보이스앤 톤은 프로덕트를 좀 더 편안한 공간으로, 친한 친구로, 재밌는 관계로 만들어 준다. 만약 회의나 수업이 주 목적인 "줌(zoom)"이었다면, 이러한 보이스앤 톤이 맞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디스코드의 친근하고 유머러스한 말들은 타겟 고객과 프로덕트 자체가 지향하는 바를 아주 정확히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다시 만난 나를 반겨주는 디스코드..너밖에 없군아...

 

 

  가령, 디스코드는 FAQ도 그냥 설명하지 않는다. 공지사항은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고, 인터페이스는 "이 버튼이 무엇인가" 설명해주는 곳이다. FAQ 영역은 그냥 형식적인 부분으로 생각될 때가 많지만, 그곳에서 조차 한 눈에 쉽게 이해가 가도록, 유머를 섞으며 이야기한다. (다만, 간혹 번역이 어색한 부분이 여전히 남아있다.)

 

 

FAQ

 

 

  또한, 친구의 메세지는 스캔(검사)하지 않겠다는 옵션을 "착한 친구만 있어요"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프로덕트가 "어떤 메세지를 검사할까?"라고 질문을 던졌을 때, 이  서비스를 사용하는 유저라면 어떤 워딩으로 반응할까? "착한 친구만 있다"는 것은, 유저의 워딩을 예측해서 쓴 writing이라는 생각이 들어 흥미로웠다.   

 

 

 

 

 

  

2. 저에게 대화 걸기 

 

   뿐만 아니라, 디스코드는 무언가를 요청할 때, 그냥 요청하지 않는다. 대신 말을 걸고, 질문을 던진다. 예를 들어, 단순히 "친구 추가"를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서버 오픈을 "모험의 시작"이라 정의하고, 함께할 친구를 초대할지 제안한다.  

 

 

 

 

  또한 검색바(place holder)도 그냥 두거나, 막연히 액션을 요구하지 않고, 질문을 던진다. 최근 멘션을 찾기 위해서 "검색"이 아니라, "어디로 가고 싶은가요?"라고 물어본다. 그리고 사용자 명을 입력할 때에도, 닉네임을 적으라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무엇이라고 부르면 되냐고 질문을 한다.    

 

 

멘션 검색(placeholder) 

 

 

 

가입하기 검색(placeholder)

 

 

 

3. 빈 공간 

 

  3-1. 안심시키기   

 

  빈 화면도 그냥 두지 않고, 재미있는 말들로 채워 넣는다. 활동 중인 친구가 없는 화면에서는 "지금은 조용하네요 쩜쩜쩜..."으로 아쉬움을 표현하지만, 친구가 참여하면 표시 될 것이라고 발랄하게 말한다. 불이 들어오지 않은 상태의 메신저는 어쩐지 쓸쓸하게 느껴지는 나에겐 소소한 위안(?)이 되었다. "친구 요청"을 하나도 받지 않은 화면에서는, 유저가 실망할 것을 대비해, 아무도 없지만 Wumpus만은 나와 함께하는 것처럼 느끼게 해준다.

 

 

메신저에 불이 하나도 안 들어와 있으면 나는 괜히 쓸쓸해진다.

 

 

 

Wumpus만은 나와 함께..

 

 

3-2. 노력을 보여주기   

 

  뿐만 아니라, 유저의 액션이 완수되지 못했을 때에도, 디스코드는 그대로 방치하지 않는다. 가령, 검색 결과가 나오지 않을 떄, 그냥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라고 하지 않는다. "아주 넓고 먼 범위를 검색"했다는 노력을 인지시켜준다. 사소하지만, 괜히 피식하게 된다.   

 

 

 

3-3. 액션 유도하기

 

  Wumpus라는 캐릭터를 의인화해 좀 더 친근감을 느끼게 해준다. "친구 추가"를 아무도 하지 않은 화면에서는, 마치 프로덕트가 유저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말을 하고, 친구 추가를 유도한다. 또한, 선물함에도 그냥 선물이 없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기분이 좋다면 선물을 해보라는 말로 선물하기 액션을 유도한다.  

 

 

Wumpus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선물하면 기분이 좋크든용

 

 


  그 외에도 디스코드는 업데이트 사항도 비유적 표현으로 쉽게 설명하고, 주요 기능이 아닌 계정 설정에서도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이러한 일관된 UX writing을 통해 친구들과 쉽게 소통하고, 자유롭게 커뮤니티를 형성한다는 프로덕트의 사용 경험을 이끌어 주고, 결국 디스코드가 지향하는 스스로의 모습과 고객과의 관계맺음을 전달한다.

 

 

 

업데이트 기능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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